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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투명한 일기장

  • 내가 나로 태어난 이유가 나의 자유의지때문이라 믿는 사람

    은 나인데 나에게 이런 가치관을 심은 사람이 있다.

    무려 20년 전, 내가 9살 초등학교 2학년 시절.

    나의 담임 선생님은 풍채가 좋은 남자 선생님이셨는데 다른 건 기억 안나고, 말솜씨가 되게 좋았던 것만 기억이 나. 그에게 전생이 있다면 변사 혹은 전기수였을 것만 같고 막 그렇다. 선생님은 종종 우리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말로 풀어서 설명해주셨다. 위그던씨의 사탕 가게, 마틸다 등 지금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나에게 흡수되어 나의 삶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친 그러한 이야기들을 마구 뿌려주셨더라죠.

    그 중 기억나는 것 하나는 바로 용감한 꼬마 천사 이야기. 꼬마 천사가 아 퇴근이라 말을 줄여요. 무튼 내 친구가 이 이야기를 듣더니 내 사주가 신강해서 그렇단다… 사주걸… 나에게 신강은 아무래도 신세계 강남이겠지

  • KEYWORD : 시간 여행

    시간 여행자에 관한 기획안을 적어서 냈다
    고즈넉한 시골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는 올해 내내 쓰고 싶었고,
    그 안에 변주를 어떻게 줄까 하다가 죽은 언니의 도서 대출증으로 책을 빌려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사서의 이야기를 적어냈다

    반응은 좋지 못했다. 누군가는 내 재능이 애매하다 했다
    응 … 그래…
    불과 일년 전까지만 해도 저런 말에 쉽게 썽내고 쉽게 긁혔지만
    지금은 그러를 그러세요.. 상태가 됐다 내가 성숙해진 탓은 아니고, 회사 다니느라 진빼서 힘이 없다

    그리고 처음에는 열의에 차올라 뽀족한 말들에 상처입고, 얼굴 붉어지고, 성나기 일쑤였는데
    지금은 정말… 그런가? 싶기도 하다.
    사실 그동안 당선되거나 상금을 받았던 곳은 드라마가 아닌 소설쪽이니까…
    컨셉을 다시 잡아서 에세이나 SF소설류를 내보고 싶기도 하고
    모르겠다

    이게 수익창출이 안 되어서 그런가보다 싶다.
    글 팔아서 돈 벌고 회사는 취미로, 가볍게 다니고 싶은 나의 마음
    산뜻한 회사원이 되고 싶어라~
    오늘도 아리랑 타령을 부르며 오전을 정신없이 보냈다

    사실 더 열심히 해야겠쬬
    재밌는 스토리는 장르 불문하고 모두가 다 받아 먹으니까

    사실 요즘 생활이 안정적이라, 이때 뭐라도 박차고 나가 하고싶은 마음이다
    일도 어느정도 적응 됐고, 딱히 걸리는 사건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나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이 요즘 내내 내 머릿속을 맴돈다

    멍하니 서서 생각을 곱씹다보면 과거의 후회가 수면 위로 떠오를 때가 있는데
    (사실 꽤 많은데) 그럴 때 마다 23살의 나, 27살의 나에게 더 잘해보지 그랬어? 책임을 묻고 싶을 때가 있다
    과거의 나는 미래의 나에게 책임을 전가했을텐데
    그럼 이제 책임지고 싶은 사람은 없고, 나는 여전히 나인 이상하고도 막막한 현실이 펼쳐지는 것이다
    두글자로 노답. 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일단 지금 할 일이나 하자

  • 전주로 출장 출장

    전주역에서 출장지까지, 출장지에서 전주역까지 택시를 탔다

    평소라면 꾸역꾸역 버스를 탔겠지만, 회사에서 택시비를 주니 택시를 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전주역은 열차 플랫폼에서 나오자마자 택시 승강장이 이어져 있다. 내가 보기엔 전주역이야 말로 택시친화적 기차역이라 생각한다.. 무튼 오며 가며 택시를 탔다

    고로 이번 전주행 출장에서 만난 택시 기사님이 두 분이란 소린데, 한분 한분 말솜씨가 빼어나서 택시 기사님이 아니라 마치 토크쇼 mc 같았다. 기억이 휘발되기 전에 두 사람의 이야기를 남겨본다

    1. 회색 그랜저 택시 기사님

    나에게 택시는 그다지 편안하고 안락한 이동수단은 아니다.

    돈이나 안 내면 말이라도 안하지… 내 돈 내고 불쾌했던 경험이 꽤 많아 별로 안 좋아함요. 그래서 택시 탈 때 마다 어느정도 긴장을 하고 타는데… 전주역에서 택시를 타자마자 택시 기사님이 대뜸

    선생님 예뻐요! 하길래 아씨뭐야 얼평이야? 하고 날카로워졌는데 이어서 하시는 말.

    타자마자 안전벨트 매는 사람 너무 예뻐요. 안전 생각하는 바른 분이네~

    전방에 칭찬 발사하셔서 머쓱했다. 그러고 전주역 앞을 유유히 빠져 나가시면서 일직선 도로를 달리셨슨 빠르고 날카롭게.

    왜 날카롭다 느꼈냐면 직선 도로에서 차선 변경을 세번이나 하셨다.

    나와 그는 유턴할 필요도, 좌회전이나 우회전을 할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렇다고 예상 택시비가 줄어든 것도 아님. 아이러니)

    무튼 간에 나의 안전 예절을 칭찬해준 택시 기사님의 다음 관심사는 바로 ‘집(HOUSE)’이였다. 그는 제2의 인생 계획을 전주가 아닌 인천에서 세울 작정을 하고 있었다. 인천 모 신도시에 2022년 가격으로 아주 괜찮은 가격으로 집을 샀다고 했슨. 38평짜리 알맞은 집을 샀다고, 하지만 전주 집이 안 팔려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했다. 전주집은 몇평이셔요? 물으니 48평이라고 하셨다. 넓은 평수는 아무래도 잘 안 팔리더라구요. 대답하니 그도 안다고 아주 속상하다 했다.

    인천에도 전주에도 집을 가지고 있는 택시 기사님. 2주택자잖아? 부럽다고 말씀드렸다. 너무 솔직하게 부럽다고 했나보다. 기사님께서 요즘 젊은 애들은 서울에 집 살 수 없다며 화를 내셨다. 서울이요!? 서울은 바라지도 않아요. 경기도 집도 못 살 것 같아요!! 라고 나도 화를 냈다. 오전 10시 32분. 백제대로 위. 회색 그랜저 안에 화난 사람 둘이 달리고 있었어요.

    택시 기사님은 나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님 집에서 나와 독립을 한번 해보라고 했다. 월세로만 100만원이 빠져 나가도요? 라고 말하니

    그래도 한번 나가보라고 하셨다. 본인도 자식들이 하루라도 빨리 나가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일년 안에 다 쫓아낼 예정이라는 미래 계획과 함께.. 그는 나에게 적극적인 독립을 권유했다. 갑자기 우리 엄마 아빠의 머릿속이 궁금해졌다. 엄마 아빠도 내가 나가길 바랄까? 흠흠

    그리고 출장지에 다다르자, 그는 이런 현상이 내 잘못은 절대 아니라고 했다. (당연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청년세대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고 했다. 부동산에 돈이 고이게 만든, 돈이 가장 중요한 나쁜 사람들 때문이라고 했다. 돈을 쫓으면 나쁜 사람인건가 곰곰이 생각해봤지만 …

    무튼 월세가 비싸 독립을 못하고 있는 실정은 맞으니… 가만 고개를 끄덕이며 출장지 앞에서 내렸다. 구름 한 점 없는 파아란 가을 하늘이 내 눈 앞에 펼쳐져 있었다.

    B. 흰색 아이오닉 택시 기사님

    출장이 다 끝난 후, 곧바로 서울로 복귀하지 않았다.

    전주 곳곳에 흐드러지게 심겨있는 은행나무를 보고 선뜻 걸음을 떼지 못한 탓이었다. 가고 싶었던 책방에 들러 노르웨이의 숲을 읽었다. 비틀즈의 노르웨이 숲을 들으며 앱으로 호출한 택시를 잡아 탔다.

    택시 안은 아주 깔끔하고, 새 자동차 특유의 고무 냄새가 진동했다. 아니나 다를까 택시 기사님께서는 6개월차 햇병아리 택시 기사라고 했다.

    나의 도착지가 전주역이라서 그런가. 그는 내가 전주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한 후, 자신의 이야기를 잔뜩 쏟아냈다. 15분 뒤면 안 볼 사람이라 그런가 싶었다. 잠깐 보고 떠날 사람이 더 편할 때도 있으니까.

    신참의 열정 공식은 택시 기사님도 예외가 아닌가 보다. 기사님은 평일, 주말, 오전, 오후 등 자신만의 분류체계를 이용하여 전주 시내의 교통편을 분석하고 계셨다. 내가 탔던… 평일 오후 5시 35분의 전주역 일대 교통체증은 예상하지 못하겠다 하셨다. 내가 일찍 도착할지 아닐지 장담 못한다는 말고 함께… 빠르나 늦으나 기차를 놓칠 상황은 아니라 놓치면 다음 열차 타죠~ 라며 너스레를 떨었더니 기사님께서 나의 성품을 ‘양반’이라고 칭해주셨다. 그랬다.

  • KEYWORD : 대접

    2025. 10. 21(화)

    오늘부터 일기 작성 형식을 변경해보고자 한다

    하루 동안 내 마음을 흔든 KEYWORD를 정한 후 그 마음에 깊이 들어가 보는 것이다

    해가 뜨고 난 후 일어나서, 회사를 가고 점심은 김치찌개를 먹고 퇴근길 지하철에 몸을 실은 후 다시 집에 갔다. 등의 열거형 일기도 좋지만, 한가지 마음에 송곳처럼 파고드는 것도 꽤 멋진 일

  • 전주행 KTX에 몸을 싣고

    잠시 걸음을 멈추고 싶은 요즘이다

    내가 정도(正道)를 향해 똑바로 가고 있는지 확인해보고 싶은 때가 있다

    걸어온 길도 한번 돌아보고, 신발끈도 다시 메고, 물도 한 모금 마시고 싶은 그런 시기 말이다

    나에게는 지금이 쉬어갈 때 인 것 같은데 쉽지가 않다

    왜 인지 모르게 바쁘다

    마음이 바빠서일까? 무엇 하나에 진득하게 집중하기도 힘들다

    하필 이 때 당일치기 출장으로 전주를 다녀왔다

    5월 명상센터 방문 이후로 전주역은 오랜만인데, 좋아하는 식당과 카페가 모두 객사에 몰려있어… 가지도 못하고 그냥 일만 하고 쓕 올라왔다

    포도시커피가 아른거려~

    무릇 힘든 날은 쾌적한 카페로 치유해야 하거늘

    아쉽게 됐다 그래도 오며 가며 무탈했고

    밥도 맛있었고 차도 향긋해서 좋았다

    물론… 짜치는 일도 있었지만

    짜침의 대명사! 인류가 사는 지구인데! 안 짜치고 배겨?

    요즘은 그냥 그런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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